충전식 예초기 사용기

2020. 10. 6. 22:07카테고리 없음

충전예초기 구입.

시골 생활이 벌써 8년차, 예초기는 당연히 있습니다. 전기 잔디깎이도 있습니다. 전문농부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초기 돌리는 건 많이 익숙합니다. 근데 엔진예초기가 관리가 너무 번거로워서 자꾸 고장나고, 그래서 충전예초기를 샀답니다.

엔진예초기와 충전예초기의 장단점을 따져보면, 먼저 엔진예초기의 단점으로는 무겁고, 진동이 크고, 매캐한 연기가 나옵니다. 무게 자체는 절대적으로 무거운 무게가 아닌데 엔진에서 예초기날로 연결된 케이블 때문에 동작이 부자연스럽고, 게다가 심하게 떨리기 때문에 장시간 쓰고 나면 매우 힘이 많이 듭니다. 게다가 가장 흔한 2행정 예초기는 엔진오일을 함께 태우는 방식이라 매운 연기가 나옵니다.

사실 제게 더 큰 문제는, 엔진예초기의 관리 문제입니다. 엔진오일을 함께 넣기 때문에 장시간 보관하면 이게 엔진 내에서 고착됩니다. 그래서 1개월 이상 보관할 때는 기름을 모두 빼둬야 합니다. 안그러면 기름 찌꺼기가 덕지덕지, 떡이 되어서 시동이 안걸립니다. 그런데 고단한 제초작업을 하고 나면 작업후 예초기 정비를 잘 안하게 됩니다. 그냥 던져두죠. 그리고 다음번 작업할 때 XXXX를 외쳐대며 시동줄을 죽어라 당기게 됩니다. 한 100번쯤 당기고 나면 제초작업 시작도 전부터 몸이 녹초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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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예초기는 상대적으로 매우 가볍고, 진동이 훨씬 적으며, 연기는 당연히 안나옵니다. 배터리 충전 외에는 별 관리도 필요 없습니다. 대신, 연료만 부으면 무한정 계속 돌릴 수 있는 엔진예초기와 달리 1시간 정도마다 충전을 해줘야 합니다. 매우 넓은 공간을 작업해야 하는 경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죠.

하지만 저는 총 300평밖에 안되고 건물 공간과 콘크리트를 깐 공간을 빼고 나면 150평도 안되는 공간이라, 작업시간은 1시간이면 크게 부족하지 않습니다.

충전예초기의 또다른 단점은 힘이 약하다는 점인데, 이건 전압 한가지만 잘 체크하면 됩니다. 18v 제품은 힘이 너무 약해서, 부드러운 풀밖에 못깎습니다. 억센 풀을 깎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시간과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안된다고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쓸만한 충전예초기를 사려면, 40v급을 고르면 됩니다. 이미 시중에는 40v급 충전예초기가 많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 급이면, 2행정 엔진 예초기와 별 차이 없는 힘이 나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40v 충전예초기의 가격은 배터리 한개 포함 기준 30만원이 약간 넘는 수준입니다. 18v는 훨씬 저렴해서 20만원 미만이지만, 힘이 너무 약합니다. (홈쇼핑에서 신나게 팔리던 타이탄 예초기 절대로 사지 마세요. 예초기 모양의 장난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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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코스트코 온라인에서 그린웍스 40v 예초기를 샀습니다. 온라인 다른 쇼핑몰보다 더 저렴하고, 마침 3만원 추가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서 25만원 정도에 샀습니다. 그게 어제 오후에 도착했답니다.

알고 있었던 대로 힘은 확실히 부족하지 않습니다. 익숙하던 엔진예초기의 힘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손가락 굵기의 나무나 억센 풀도 다 잘 잘립니다. 가벼운 무게와 확 줄어든 진동도 매우 마음에 듭니다.

다만 역시 1시간 밖에 못쓰는 배터리 사용시간이 문제입니다. 원래는 저희집에선 부족하지 않을 시간인데, 올해 한번도 제초작업을 안해서 길게는 사람 키만큼 자란 억센 풀이 가득한 상황에서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한번 더 충전해서 2시간 작업을 하니 다 베고 배터리가 좀 남았습니다. 올해는 이대로 쓰고, 내년에는 저렴한 중국산 호환배터리를 하나 더 살 생각입니다.

엔진 예초기를 한시간 이상 돌리면 몸에 무리가 많이 갑니다. 자체 무게도 무게지만, 엄청난 진동 때문에 예초기 돌린 날에는 손을 쓰는 작업은 전혀 할 수가 없고, 키보드 타이핑도 어렵습니다. 충전식은 그런 진동이 훨씬 적어서 전체적인 피로도가 절반 이하입니다.

총평을 하자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무게와 진동이 크게 줄어들어 전반적인 피로가 크지 않아 좋고, 엔진 관리 부담이 줄어든 것은 감사할 지경입니다. 날에 붙은 풀 찌꺼기만 털어서 가방에 넣고는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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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예초기를 구입하시려면 다음의 몇가지를 유의하시면 됩니다.

1. 반드시 40v나 그 이상을 고를 것.

18v~20v급은 전압 스펙을 내세우지 않고 말로만 힘이 너무 세다, 대나무도 자른다 하고 광고하는데... 모조리 사기 뻥입니다. 충전예초기의 힘은 오직 볼트 수로만 보장됩니다. (물론 대나무도 자를 수는 있을 겁니다. 그거 하나 자르려고 한참 대고 있으면요. 그냥 전정가위로 자르는 게 훨씬 빠르고 편합니다) 반대로 그 이상 스펙인 80v급은 무게가 많이 늘어나고, 가격도 확 뜁니다. 즉, 40v가 진리입니다.

2. 배터리 별매 가격도 알아볼 것.

작업해야 할 공간과 작업 숙련도에 따라 추가 배터리를 사고 싶을 수 있습니다. (예초기에 익숙한 분들은 짧은 시간에 더 넓은 면적을 작업할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추가 배터리 구입이 쉬운지,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아봐야 합니다. 그린웍스 40v의 경우 정품 기준 온라인에서 8만원 정도 합니다. 용량 4A짜리 기준으로요. 1.5배 용량인 6A짜리는 거의 두배, 15만원 정도 합니다. 그런데 그린웍스는 글로벌 벤더라 중국산 호환 배터리도 많이 판매합니다. 어제 찾아보니 알리에서 6A 기준 60달러 정도 하더군요.

3. 예초기 날 호환 문제

앞서 장난감이라고 했던 홈쇼핑제 타이탄 예초기는 날이 호환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시중에 저렴하고 다양한 종류로 팔고 있는 예초기 날을 쓸 수 없고, 해당 벤더에서 끼워주는 날밖에 쓸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나몰라 브랜드만 그런 것도 아니고, 디월트 등 유명 고가 브랜드의 제품도 자체 규격인 경우가 있습니다. '표준 2도날'이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게 들어가면 시중에서 판매중인 모든 날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4. 브러시리스 모터

최근 브러시리스(BLDC) 모터가 고출력 공구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브러시리스 모터는 일반 모터에 비해 더 고출력이고, 소음도 적으며, 특히 장기 내구성이 매우 높습니다. 오래 고장 없이 쓸 수 있고 힘도 더 세다는 말입니다. 다만 그만큼 부품 가격도 비쌉니다. 현재 40v급으로 나온 대부분의 유명 충전예초기는 이 브러시리스 모터를 쓴 것으로 보이는데, 저가 브랜드에서 가격을 낮추려면 먼저 이 모터부터 일반 모터로 낮출 것이 분명합니다. 얼핏 보기에 스펙이 비슷해보이는데 이상하게 싸다, 그러면 모터가 브러시리스 맞는지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