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행운
2020. 10. 6. 22:03ㆍ카테고리 없음
아마도 반년쯤 지갑에 갇혀있는 로또 한 장. 얼만지 기억이 안나는데 내 기억으로는 가장 낮은 상금에 당첨된 것 같다. 이걸 바꿔서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고급 목자재와 새 공구들을 잔뜩 사다가 대규모 공사를 할 꿈을 벌써 반년째 꾸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내가 사는 가평 설악 시내에는 로또 파는 가게가 없어서 오늘처럼 서울 나갔다 오는 날 로또를 바꿔야 하는데, 깨닫고 보니 또 로또 안바꾸고 시외버스 좌석에 앉았다. 아쒸 내 로또1등... 하는데 버스 바닥에 떨어진 공돈이 보인다. 아, 로또1등 대신 100원.
오늘의 행운은 겨우 이거냐,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오늘 진장서 접수와 기자회견의 결과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커서 흡족했던 것이 기억났다. 아, 그러니까 공돈 100원은 보너스.
너는 1979년생이구나, 1979년 당시 우리집은 정말 코딱지보다 조금 더 큰 구멍가게에 그에 딸린 두 평이나 될까말까 한 단칸방이었다. 거기서 다섯 식구가 콩나물처럼 살았다. 그때 백원이면 우리 가게에 팔던 과자들 중 절반 정도는 고를 수 있었고 양으로 승부하려면 라면을 사서 부셔먹을 수도 있었다. 가야면은 90원이지만 스프맛이 영 별로였다.
그 시절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나는 이유로, 나는 큰돈에 별 욕심이 없나보다. 그래도 로또1등은 탐난다. 고급 목자재를 원없이 썰어 거나하게 사치를 부려보고도 싶다. 뭐, 없어도 그만인 삶이지만.